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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연기금, 주식 못 팔게 하라" 靑청원···전문가들 불안한 이유

‘공매도 폐지와 매물 폭탄이 된 국민연금 주식운용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8908명)‘국민연금은 당장 국내 주식 매도를 중지하시기를 청원합니다’(6539명)‘연기금은 증시의 대세 상승을 막는 행위를 중단하십시오’(2538명)‘국민연금 대량 매도 이유가 궁금합니다’(1786명)‘연기금의 국내주식 보유 비율을 높여 개미들의 눈물을 닦아 주십시오’(1147명) 올해 들어 일명 ‘동학 개미(국내주식 투자자)’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잇따라 올린 글이다. 연초부터 49거래일째 지속한 연기금의 주식 ‘팔자’ 행렬에 대해 반발하는 내용이다. 국내 증시 ‘큰 손’인 국민연금의 매도세가 최근 증시가 주춤한 원인이란 판단에서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4일 전주 국민연금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작년 말부터 역대급 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국민연금이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주식 투자자 요구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게 당연한데 최근 증시가 많이 오른 만큼 연기금 입장에선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며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자산 배분 결과인데도 완력을 행사해 국민연금의 자율성ㆍ독립성을 흔들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비판받을 수 있다”면서도 “연금 운용의 안정성을 높이고 수익을 내려는 자산 배분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당성이 떨어지는 청원인데도 정부 곳곳에서 여론 눈치 보기 정황이 나타났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주가가 2000~3000선일 때 리밸런싱(자산배분) 문제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검토해 다음 기금 운용위원회에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연기금 자금을 받아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주요 자산운용사들에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연기금의 순매수ㆍ순매도액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해 물의를 빚었다. 비밀 유지가 생명인 고객 자금의 운용 내용을 제출하라는 건 이례적이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청와대와 직접 소통하자는 국민청원 도입 취지와 달리 개인 투자자의 ‘화풀이’ 내지는 민원식 청원이 쏟아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공매도 재개, ‘대주주 요건(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10억원→3억원 강화, 개인투자자 주식 양도세 부과 조치를 앞두고 동학 개미가 반발하는 국민청원이 빗발쳤다. ━ '3040 동학개미' 지지층 의식했나 문제는 동학 개미의 아우성에 정부가 밀린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공매도 금지는 극심한 반발 끝에 연장했고, 대주주 요건 강화 역시 뒤로 밀렸다. 지난해 7월 주식 양도세 부과 논란 당시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금융 세제 개편안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주식시장을 떠받쳐 온 개인투자자를 응원하고 주식시장 활성화에 목적을 둬야 한다”며 호응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특히 공매도 재개 같은 경우 시장 논리나,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일정대로 추진했어야 맞다”며 “현 정부의 주요 지지층인 30~40대 동학 개미의 집단 반발 청원에 밀려 승복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2017년 정부 출범 후 처음 도입한 국민청원이 개인 이해관계를 가진 소수가 여론을 왜곡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질했다”며 “정부에게 불리한 청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지지층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청원에만 반응하는 식으로 운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2021.03.09 08:42
경제

주식 손바뀜 2배로 늘었다···널뛰는 박스피, 동학개미 단타전

지난달 19일 SK하이닉스 주식 80주를 매수한 직장인 유모(36)씨는 엿새만인 지난달 25일 주당 14만8100원에 모두 팔았다. 며칠 만에 100만원(9.7%)가량의 수익을 챙긴 데다, '조금만 더' 하며 욕심부리다 매도 시점을 놓칠까 바로 처분했다. 이튿날 LG화학 주식을 10주 샀다. 유씨는 "LG화학 주가가 6% 넘게 떨어지자 싸게 살 기회로 봤다"며 "수익이 8~9%만 되면 미련 없이 팔 생각"이라고 말했다. ━ 코스피 3000에 사고 3100 근접 시 매도 치고 빠지는 단타(단기 투자) 전술로 무장한 '동학 개미'가 늘고 있다. 코스피가 3000~3200 사이 박스권에 갇힌 데다, 그 안에서 큰 폭의 오르내림을 반복하자 저점에 주식을 사서 고점에 팔아 실속을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최근 개미들은 코스피 3000이 깨지면 사고, 3100 부근에서 판다. 코스피가 70~100포인트 오르내리는 널뛰기장이 계속되면서다. 3100 전후에서 2994.98까지 밀린 지난달 24일 개인투자자는 5613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다음날인 25일 지수가 3100 턱밑까지 급반등하자 개인은 돌변했다. 1조936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런 패턴은 계속됐다. 장중 코스피 3000이 깨진 지난달 26일에는 3조7785억원가량의 주식을 쓸어담았고, 지난 2일 다시 장중 3100에 근접하자 미련 없이 주식을 던졌다. 이날 개인 순매도액은 한때 1조원에 달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 급등락 탓에 수익을 내기 힘들어지자 개인 투자자들이 박스권 장세를 활용해 저점 매수·고점 매도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개미들이 사고파는 상장지수펀드(ETF) 매매에서도 이런 패턴이 엿보인다. 코스피가 3100에 근접한 지난달 25일 개인의 순매수가 가장 많았던 것은 '코덱스 200선물인버스2X' ETF였다. 주가가 1% 내리면 2% 수익을 내는 상품으로, 3100선을 고점으로 판단한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반면 증시가 오를 때 두 배 수익을 얻는 '코덱스 레버리지' ETF는 2172억원어치가 팔렸다. 이튿날 주가가 급락하자 투자자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상승을 겨냥한 코덱스 레버리지 ETF를 1783억원가량 순매수하고, 하락 때 수익을 내는 코덱스 200선물인버스 2X ETF를 260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 "증시 추세 만들어지자 개인 학습효과" 방망이를 짧게 잡는 개인투자자의 움직임은 당분간 증시의 급반전은 기대하기 힘들더라도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인식이 깔렸다. 일종의 학습효과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증시의 추세가 만들어지면 개인 매매는 따라 움직인다"며 "코스피 3150~3200이 고점이고, 3000선은 지지할 것이란 인식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스피는 지난 1월 25일 3200(3208.99)을 뚫은 뒤 한 달 넘게 3000~3160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의 경기 부양책과 백신 보급 확대 기대가 증시를 끌어올리는 요인이지만,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고점 부담, 연기금 매도세 등이 지수를 짓누르고 있다. 특히 증시의 버팀목이던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3일까지 44거래일간 코스피 시장에서 13조원가량을 순매도했다. 박스권에 머무는 코스피의 흐름을 제대로 탄 개인들은 쏠쏠한 투자 수익도 내고 있다. 지수가 급락한 지난달 26일 개인 순매수 '톱3'은 삼성전자(1조1425억원)와 SK하이닉스(4428억원), 카카오(2810억원)였다. 이날 종가에 주식을 샀다고 가정하면 2거래일 만에 거둔 수익률(3일 기준)은 각각 1.8%, 3.9%, 1.1%다. ━ 2월 코스피 주식 회전율, 15년 만의 최고 늘어나는 단타 거래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시장의 주식 회전율은 52.85%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으로 2005년 7월(59.19%) 이후 15년 7개월 만의 최고치다. 지난해 2월(25.2%)의 두 배가 넘는다. 회전율은 거래량을 상장 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지난달엔 상장 주식 1주당 0.5회의 손바뀜이 이뤄진 셈이다. 회전율이 높을수록 단타 매매가 극심하단 뜻이다. 증권사 영업점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강남센터 팀장은 "주가 급락 때 들어가 짧게 베팅하려는 자산가도 나오고 있다"며 "최근 변동성이 커지면서 단타 매매 유혹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스권을 이용한 단타 매매가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지는 않는다. 주식을 사고 팔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하면 그냥 묻어두는 게 수익률 측면에서 낫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박스권 하단을 이탈하는 등 예상 범위를 벗어날 경우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2021.03.0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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